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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이어 다시

오페라의 유령과 사랑에 빠진 듯하다.
정확히 말하면,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하고 사랑에 빠졌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참 생활에 활력이 되는 것 같다.
2002년 오페라의 유령 첫 공연때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크리스틴 역으로 발탁된 그녀가 올해도 다시 크리스틴 역을 맡았다.
팬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같다는 것이 좀..재밌지만, (사실 나이가 많을 가능성이 있다는..ㅋㅋ)그것은 언니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씀!
그녀를 보러 가기엔 나는 너무 가난하다. 12월 20일에 100회기념 싸인회와 폴라로이드 사진 찍어 준다는데..흑흑
갈 수 없구나. 이럴 땐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여튼, 2002년 당시 공연과 지금의 공연이 한국어 번역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라, 지난 공연이 좀 낯설었지만.. OST 들어보니, 괜찮기도 하더라. 샤롯데가 음향시설이 안좋다는 핑계를 대고 있음.
번역에 대한 의문을 가지다가 발견한 기사를 스크랩한다. 기사보고 웃음이 빵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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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의 유령 작사가 양인자씨의 글-

팬텀과 발톱

늦은 밤 TV 프로그램에서 꽤 이름 있는 뮤지션 두 사람이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아무개 씨는 미국에 오래 사셨으니까 뮤지컬도 많이 보셨겠어요.”
“미국에 살았다고 해서 뮤지컬을 많이 보는 건 아니죠. 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최근에 「42번가」를 봤는데 괜찮더군요.”
서울 산다고 다 남산타워에 올라가고 한강 유람선 타는 건 아니라는 얘긴데 가만, 비유가 어째 마음에 안 드네. 명색이 음악한다는 사람이 그런 심드렁한 대답을 해도 되는거야 하고 꼬아보고 싶은데 그러면 나까지 꼬아질 것 같아서 웃는 얼굴로 비유법을 쓰다보니까 맹물이
됐다. 쩝!
아무튼 나 역시도 처음엔 그랬다. 뮤지컬을 보지 않아도 웃고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었다.
장안의 화제가 되면 관심을 좀 가졌다가 기회가 닿으면 보고, 줄서서 기다려야 하면 안보고 그러다 내 일에 치이면 잊고 살았다. 그렇게 살아도 정말이지 아무 지장이 없었다. 앞으로 계속 그렇게 살아도 지장은 없겠지. 그러나 어떤 계기로든 뮤지컬을 접하게 되고 그에 관해 이것저것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우리가 땅만 딛고 사는 게 아니라 하늘도 쳐다볼 수 있다는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당연히 내 것으로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즐거움 하나를 하마터면 놓치고 살 뻔했다.

런던에서 처음「오페라의 유령」을 보았을 때 감격했다. 당연하다고? 아니 왜 당연한 건데 비슷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사는 세상에서 이렇듯 사람 놀래키는 작품이 생겨나도 괜찮은 거야 뭐야.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으면 없어야지 이런 산해진미를 통째로 안겨서 우리 속담을 거짓말로 만들어도 되는 거야 뭐야. 거두절미 나는 내 전생에 감사했다.
전생이 착하지 않았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아름답고 황홀한 뮤지컬을 어찌 볼 수 있었겠는가. 94년 5월 런던의 극장을 걸어 나오며 그렇게 나는 소녀처럼 감격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오페라의 유령」마니아가 되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우리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코엘료의 소설『연금술사』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최근에 이 소설을 읽었지만 간절히 원하면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오페라의 유령」의 마니아가 된 이후 나는 틈만 나면 보고싶어 했는데 지난 10년간 온 우주는 이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주었다. 뉴욕 갈 일도 많이 생기고 런던 갈 일도 많이 생겼다. 갈 때마다 뉴욕에서 챙겨보고 런던에서 챙겨보고 뉴욕공연과 런던공연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꿀맛 같았다. 그러던 중 로또 같은 행운이 나를 찾아왔다.「오페라의 유령」이 한국에서 공연되는데 그 노랫말 한국어 작업이 내게 맡겨진 것이었다. 불과 2,3년 전 일인데 그때만 해도 내가 젊었었나보다. 거액을 받고 그 일을 하다니. 지금 같았으면 그냥도 황홀하게 했을텐데. 같은 일을 하고 있는 후배를 위해서라도 그런 덤핑식 발언은 하지 말라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지금이라도 일 시키면 돈 달라고 하지. 그것도 아주 많이. 후배들을 위해서? 아니 오로지 내 한 몸을 위해서.

마침내 팬텀과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작곡가인 남편이 도와주었다. 이 부분은 여기가 주 테마이고 폴테로 시작해서 피아니시모로 끝이 나. 폴테로 시작되는 이 부분 가사에서는 파열음을 피하고 피아니시모에서는 받침이 없는 단어로 잘 들리게 해야 돼. 애면글면 남편의 도움으로 연애를 하다가 뮤지컬「명성황후」의 음악감독이었던 박칼린과 다각적인 2차 연애작업에 들어갔는데 이 연애가 참 재미있었다.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르네상스 호텔방에서 칼린과 나는 팬텀을 붙들고 하루종일 씨름했다. 크리스틴이 팬텀의 가면을 벗기자 불같이 화를 내며 내지르던 댐유Dam you!
“댐유…댐유…댐유를 뭐라고 해야 하나.”
이 두 글자에 어떤 말로 이 불같은 화를 담나.
“쌍년! 가면을 벗기다니 쌍년!”
칼린과 나는 눈물이 날만큼 웃었다.
“팬텀은 지적으로 하이레벨의 신사예요. 어떤 경우에도 절대 저질의 막말을 쓰지 않아요.”
“알겠는데 그렇다고 개년! 가면을 벗기다니 개년! 이럴 수는 없잖아.”
우리는 또 한 번 뒤집어졌다. 그날은 댐유를 해결하지 못해 진도 없이 한나절이 그냥 흘렀다. 웃었다 뒤집어졌다 하니까 왼종일 희희낙락한 것 같은데 골머리를 있는 대로 쥐어짜다 돌발적인 어휘에 한 번씩 뒤집어진 것이지 나중엔 쥐가 나서 아무 일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마침내 해결이 됐냐고? 해결이야 했지. 무슨 말로 해결 했냐고? 칼린과 내가 그날 검은 머리 파뿌리 되었다는 얘기만 하지 뭐. 팬텀이 뭐라고 비명을 내질렀는지는 직접 들으면 알테고.
주석: 이번 공연은 오리지널팀이어서 영어로 함.
사족: 팬텀의 비명은 자막으로 나옴.

「오페라의 유령」의 우리말 작업은 재미있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한켠으로 꽤 힘이 들기도 했던 작업이었다. 이미 거액을 챙긴 입장에서 힘이 드네 어쩌네 할 필요는 없는 일이나 이 이야기를 꺼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한 가지는 이 작업을 구체적으로 하면서「오페라의 유령」에 더욱 매료됐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국역작업이 돈을 들일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외국팀의 내한 공연을 보면서 국역작업을 너무 소홀히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뮤지컬이라고 해서 대충의 줄거리만 숙지한 채 배우들의 노래만 듣고 감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옛날 내가 잡지 만들던 시절 경비절감 안건만 나오면 몇 푼 안되는 원고료에 꼭 칼날을 들이대던 것처럼 우리 공연문화도 그 쯤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돈 들일 거 다 들여 훌륭한 무대 음향 조명 다 만들어놓고 꼭 마지막 자막 작업에서 열성을 놓아버린다. 몇 푼 안 되는 원고료 조금만 더 써서 마지막까지 욕심을 좀 부려주지.내가 나를 띄우는 것 같아 몹시 겸연쩍지만 이번「오페라의 유령」공연은 자막에까지 열성이 담겨있다.
3년 전 국내팀 공연용으로 만들었다가 이번 공연에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어서 오랜만에 다시 대하게 되었는데 노래 속에 담겨있는 감성이 그대로 살아있어 새삼 북받치는 감동이 밀려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 심장도 점점 석회화 현상을 보여 공연물을 보며 감동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오페라의 유령」공연을 보면서 내 심장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고 감사했다. 심장이 말랑거린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슬플 땐 손톱이 자라고 기쁠 땐 발톱이 자란다는 말이 있다. 손톱보다 발톱이 더디 자란다는 말이겠지만 기쁜 일이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그렇다면 팬텀처럼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에는 손톱이 자랄까 발톱이 자랄까?
지난 6월 10일「오페라의 유령」오프닝 공연을 보고 집에 와 나는 발톱을 잘랐다. 발톱이 너무 자라 구두 속에서 발이 아팠기 때문인데 공연 두 시간 동안에 그만큼 자랐다는 뻥은 아니고 아무튼 세상에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있다면 두 말 않고 누려볼 일이다.

글 : 양인자 (작사가 / 2001년 「오페라의 유령」 한국공연 작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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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사가 그리 좋다는 얘기는 아니지만..가사가 잘 안들리는 부분이 많다!
배우의 문제인가! 가사의 문제인가!

아이폰을 예약주문했다 lifeHOLIC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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